믹스 엔지니어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 99%가 야매인 이유

2026-06-11 · 차트인 인디 프로듀서의 음악팁

음악 제작의 전 과정을 아티스트로도, A&R·프로듀서·엔지니어로도 경험해 봤다. 그중 제일 중요한 단계를 하나만 꼽으라면 믹스다. 몇천만 원짜리 마이크와 컴프레서로 심혈을 기울여 녹음해도 믹스가 망가지면 음악은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반대로 싼 장비로 녹음했어도 믹스가 좋으면 좋은 결과물로 바뀐다.

문제는, 믹스야말로 음악 업계에서 ‘야매’가 제일 많은 분야라는 것이다.

그래미 엔지니어 8명, 8개의 다른 정답

Sound on Sound가 그래미 수상 엔지니어 8명에게 완전히 같은 곡의 믹스를 맡긴 실험이 있다(참고 영상 — 미디생활). 결과는 8명 전원이 전부 다른 소리를 만들어냈다. 세계 정상급 8명이 모두 다른 정답을 내놓는 마당에, 무엇이 올바른 믹스인지 기준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업계엔 야매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야매다. 정규 교육기관을 나오지 않았고, 녹음실에서 도제로 배우지도 않았다.

학교가 믹스를 제대로 못 가르치는 이유

학교를 나온 친구들에게 레슨을 받아본 적이 있다. 거의 공통적으로 믹스를 ‘기계적’으로 배운다. 컴프레서 비율은 몇 대 몇, EQ는 남자 보컬 어디를 깎고 여자 보컬 어디를 깎고, VU 미터 바늘이 어디에 닿아야 올바른 소리라는 식이다. 학교는 시험으로 변별력을 만들어야 하니 정답을 정해야 하고, 정답이 없는 믹스에 정답을 정하는 순간 교육이 어긋난다. 배운 것을 정답이라고 믿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10만 원짜리 믹스가 좋기 힘든 이유

음악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오디션 메일 중에 “믹스만 하면 앨범 내겠다” 싶어 연락드려 보면, 이미 돈을 주고 믹스를 맡긴 음원인 경우가 1년에 한 번꼴로 있었다. 대부분 뮬·큐오넷·크몽의 10만 원대 홍보 글을 보고 맡긴 분들이었다.

솔직한 소신 발언을 하자면, 트랙 전체를 믹스하는 데 10만 원은 좋기 힘들다. 엔지니어 대부분이 플러그인 값만 천만 원을 넘기고, 한 곡에 최소 4시간을 갈아 넣는다. 물론 포트폴리오를 모으는 박리다매 중에 실력자도 있다. 내가 아는 두 분이 그랬는데, 포트폴리오가 쌓인 지금은 40만 원을 받으신다.

유명한 엔지니어도 정답은 아니다

반대 사례도 있다. 유명 엔지니어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 믹스가 이상하게 나왔다. 수정을 권했더니 “OO 기사님이니까 뜻이 있겠지…” 하며 수정 요청을 안 하더라. 유명하고 실력 좋은 사람도 당연히 정답이 아니다. 정답은 본인에게 있다. 내가 초보라서 수정 요청을 못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야매에게 맡겼더라도 본인이 정신 차리고 하나하나 수정해 나가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단, 아집은 경계해야 한다. 음악 하는 친구를 많이 사귀고 타인의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어떻게 골라야 하나

뮬이나 큐오넷을 뒤지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의 크레딧을 보라. 어차피 정답이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믹스한 엔지니어가 나만의 정답인 것은 확실하다. 비쌀 것이다. 잘나가는 기사님들은 보통 100만 원, 트랙 수에 따라 150만 원까지 받는다. 그래도 나는 비싼 엔지니어에게 맡기고 찾아가 질문하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단 한 곡쯤은 질러보길 바란다.

나 역시 200여 곡을 발매하며 그중 100여 곡을 10명의 엔지니어에게 맡기고, 매번 찾아가 “이게 뭐 하는 플러그인이에요?”라는 가장 멍청한 질문부터 시작해 10년간 배웠다. Mix with the Masters 강좌의 90%를 보고 내 트랙에 적용해 보며 연습했다. 그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안 맡기는 게 현명하다. 나 역시 정답이 아닌 사람 중 한 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