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차가 솔직하게 추천하는 기타줄 — 어쿠스틱·클래식·일렉 총정리
기타 이야기를 하면 마이크나 앰프부터 묻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어쿠스틱·클래식은 스트링이 소리의 30% 이상을 결정한다. 기타 제작자 대여섯 분과 이야기해봐도 여기엔 다들 동의했다.
나는 기타로 200곡 넘게 녹음·발매했고, 믹스 엔지니어로도 100곡 넘게 다뤄봤다. 연주와 사운드 양쪽을 다 겪어본 입장에서, 기타줄을 종류별로 솔직하게 추천해보려 한다. (참고로 이 글에 이름이 나오는 기타리스트들은 모두 본인 동의를 얻고 실었다.)
어쿠스틱 — 엘릭서,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
소신부터 말하면, 엘릭서는 그렇게 좋은 줄이 아니다. 코팅 덕에 오래가서 쓴다지만, 그 코팅 때문인지 소리가 선명하지 않다. 나한테 어쿠스틱의 올바른 의성어는 “찰랑”인데, 엘릭서엔 그 찰랑이 없다. 믹스 관점에서도 엘릭서로 녹음된 어쿠스틱은 스트로크의 그 ‘찰랑’을 살리기가 너무 힘들다.
물론 예외는 있다. 나일론도 어쿠스틱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질감, 따뜻한 아르페지오를 노릴 땐 껴도 좋다. 다만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지, 범용으로는 안 쓰는 게 맞다고 본다. 재밌는 건, 내가 만난 연주로 먹고사는 기타리스트의 8~90%는 안 쓰는 엘릭서를, 내가 만난 싱어송라이터의 99%는 죄다 끼고 있다는 점이다.
엘릭서를 대신할 추천 줄은 넷, 가격순으로.
산타크루즈 (로우/미드 텐션) — 가장 최근까지 내가 쓰던 줄이고, 어쿠스틱콜라보 최근 정규에 들어간 기타줄이 전부 산타크루즈 로우 텐션이다. 내가 말한 “찰랑”에 가장 근접하고, 녹음된 소리 자체가 좋아서 믹스에서 크게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느낌까지 든다. 나는 손 아귀힘이 약해서 연주가 편한 로우를 쓰는데, 소리를 더 중시한다면 미드도 좋다. 도경수님 아시아투어·정동하밴드 기타리스트인 박상욱은 미드 텐션을 쓴다. 소리는 최강인데, 비싸다.
옵티마 — 산타크루즈의 대타로 썼던 줄이다(어쿠스틱콜라보 1집은 거의 옵티마로 녹음했다). 어쿠스틱 핑거스타일만 전문으로 하는 김종걸님이 강추해줘서 썼는데, 이것 역시 뭐가 더 낫다 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심지어 실제 24k 금으로 도금해서 녹이 덜 슨다. 그래서 “줄 오래도록 안 갈 테다” 파인 엘릭서 애용 싱어송라이터에게 좋은 대안이다. 금색이라 무대 조명 받으면 반짝여서 연주가 좀 더 좋아 보이는 건 덤. 다만 존재감이 과해서 믹스할 때 보컬을 살짝 가린다. 나는 500Hz를 MEQ로 깎아서 쓰는 편이다.
다다리오 XT — 요새 여기에 반해서 메인으로 쓰고 있다. 어쿠스틱갤러리에 셋업 맡기러 갔다가 추천받은 줄인데, 옵티마의 반값이고 산타크루즈의 반의반값도 안 되는데 값 이상을 한다. 녹음 때 플러그인으로 앞의 두 줄만큼 다듬을 수도 있다. 60만원짜리 기타에 1만 4천원짜리 줄 소리는 아니다.
정리하면 어쿠스틱은 산타크루즈 로우/미드, 옵티마, 다다리오 중 본인 재산과 취향에 따라 테스트해보길. 엘릭서가 취향인 사람도 더러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녹음·라이브로 일하는 기타리스트 중엔 엘릭서 쓰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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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나일론) — 다다리오 말고
나는 시작이 클래식이라 나일론엔 조예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소신을 말하면, 나일론에 다다리오를 낀 사람이 너무 많은데, 다다리오보다 좋은 줄이 많다. 샵의 공산품엔 대부분 다다리오가 끼워져 있다 보니 인상이 그렇게 굳은 것 같다.
다다리오를 대신할 양대산맥은 하나바와 사바레즈 알리앙스다. (사바레즈가 회사, 알리앙스가 메이커라 같은 말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나일론에 반해 찾아뵀던 선생님들 — 클래지콰이 ‘노바보사’를 친 한현창 선생님, 라틴 밴드 코바나의 황이현 선생님, ‘벌써 1년’ 나일론 솔로의 샘리 선생님, 집시 기타 테크닉 끝판왕 박주원 선생님, 윈터플레이의 최우준 선생님 — 이 모두가 하나바나 사바레즈를 언급했다.
둘 차이를 내 기준으로 말하면, 알리앙스는 조금 더 땡땡하고 하나바는 조금 더 부드럽다. 그래서 라인 위주 플레이라면 알리앙스, 나처럼 코드·반주 위주라면 하나바를 추천한다. 실제로 아는 기타리스트들도 갈린다 — 크러쉬 ‘뷰티풀’을 친 박신원은 하나바, 악동뮤지션 곡들에 기타를 녹음한 장현호와 박효신 선배님 밴드의 장성일은 알리앙스다. 그래서 둘 중 뭐가 낫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다만 아이유님 ‘love wins all’을 친, 요즘 내 기준 최고 기타리스트인 송현종이 유일하게 알리앙스가 아니라 칸티가를 쓴다길래, 다음 줄은 그걸로 체험해보고 하나바랑 비교 녹음을 해보려 한다. 칸티가 써보신 분들은 후기를 남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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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 — 사실 줄로 크게 안 갈린다
일렉은 이펙터 → 앰프나 시뮬레이터를 거쳐 듣는 소리라, 줄을 바꾼다고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걸 크게 못 느꼈다. 그래서 기타리스트들에게 뭐 쓰냐고 물으면 99%가 다다리오 아니면 어니볼이었다. 그 둘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뜻이다. 나는 DR을 쓰는데, 소리 차이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연주할 때 왼손 감이 제일 잘 맞아서다. 다만 GHS는 비추다 — 메탈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톤인데, 실제로 손이 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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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타줄에도 정답은 없다
정답처럼 말했지만 기타줄에 정답이 어딨나. 그냥 쓰고 싶은 거 쓰는 거다. 내가 그렇게 깐 다다리오 나일론도, 엘릭서 어쿠스틱도 누군가에겐 정답일 거다.
다만 대다수 기타리스트에게 물으면 그 줄을 쓰는 이유가 명확하다. 이 소리가 좋아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이 줄을 써서, 예산에 맞춰서 — 이유가 있다. 반면 싱어송라이터에게 물으면 “학원에서 추천해줘서요”, “코팅이라 오래간다길래요”, “주변에서 쓰라길래요”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건 본인이 원하는 소리를 찾은 게 아니다. 그런 이유로 엘릭서를 쓴다면 그건 오답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반대로 에드시런처럼 “따뜻한 핑거링 아르페지오 톤을 위해” 엘릭서를 쓴다면, 그건 정답이다. 이유가 있으면 된다.
스트링은 어쿠스틱·나일론 소리의 30% 이상을 결정한다. 기타 제작자들도 100% 동의한 부분이다. 줄 안 간 지 두 달 넘었다면, 이번 기회에 본인 기타에서 나는 다른 소리를 체험해보길. 그리고 부디, 본인만의 정답인 기타줄을 찾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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