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론, 어디까지 공부해야 할까
음악을 시작하면 꼭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다. 곡을 쓰고 싶은 건데, 이론부터 공부해야 할까. 코드 이름도 복잡하고 모르는 말은 끝없이 나온다. 일단 귀에 좋은 소리를 찾아서 만들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이론을 배우는 쪽을 권한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공부의 목적은 분명했으면 좋겠다. 어려운 코드를 많이 아는 것만으로 노래가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귀로 카피하는 데 오래 걸렸다
나는 노래를 듣고 악기로 옮기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힘들게 카피해놓고도 틀린 적이 많았고, 어떤 때는 맞는지 틀리는지조차 확신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도움이 된 게 다이아토닉 공부였다. 내가 자주 듣던 음악 안에서 반복되는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에 어떤 코드가 나올지 후보를 생각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모든 소리를 하나씩 찾을 때보다 훨씬 편해졌다.
물론 예상이 언제나 맞는다는 뜻은 아니다. 예상한 코드와 실제 소리를 다시 비교해야 한다. 그래도 어디서부터 찾아볼지 감이 생긴 건 큰 차이였다.
내가 이론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같은 작업에 드는 힘이 줄면, 그만큼 가사와 멜로디, 사운드에 신경 쓸 여유가 생긴다. 나에게 이론은 음악을 계속 만드는 데 꽤 쓸모 있는 도구였다.
이름을 외웠으면 소리로도 써보자
가요나 인디 음악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먼저 익혀보라고 하는 건 음정, 코드, 다이아토닉, 텐션이다. 처음부터 모든 분야의 이론을 끝내려고 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용어를 들어봤다는 데서 멈추지 않는 거다. 설명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악기를 잡았을 때 실제로 꺼내 쓸 수 있는 건 다르다.
구구단처럼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매번 처음부터 계산하느라 흐름이 끊기지 않고, 내가 원하는 소리를 찾는 데 쓸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배운 내용이 좋아하는 곡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 찾아보고 직접 연주해보자.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들으며 코드가 바뀔 때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해보자. 책에 적힌 이름과 귀에 들리는 소리가 연결돼야 내 음악에 사용할 수 있다.
쉬운 코드가 부끄러워질 때
반대로 공부를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한 코드 진행이 너무 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데, 이걸로 곡을 써도 되나 싶은 거다.
나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만든 사람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노래까지 별로라고 결론 낼 필요는 없다. 그 위에 어떤 멜로디와 가사가 올라가는지도 들어봐야 한다.
돌아보면 내가 좋은 결과를 얻었던 노래들도 대부분 쉬운 코드 위에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조금 더한 경우였다. 한 부분의 코드를 바꾸거나, 노래가 비는 자리에 작은 연주를 넣는 식이었다.
나는 요리를 좋아해서 이걸 레시피에 비유하곤 한다. 익숙한 맛도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무엇을 조금 더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매번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어야만 맛있는 건 아니지 않나.
곡에 어울려서 선택한 복잡함은 좋다. 다만 쉬워 보이는 게 싫어서 바꾸고 있다면, 바꾸기 전 노래도 한 번 남겨두고 비교해봤으면 한다.
오늘은 한 군데만 바꿔보자
공부한 걸 써보고 싶다면 짧은 코드 진행 하나를 골라보자. 그 위에 멜로디를 부르고, 마음에 드는 형태를 먼저 녹음해두는 거다.
그다음 배운 내용을 이용해 한 군데만 바꿔보자. 여러 곳을 한꺼번에 바꾸면 무엇 때문에 느낌이 달라졌는지 놓치기 쉽다. 원래 버전과 바꾼 버전을 번갈아 들으며 멜로디가 더 자연스러운지,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가까워졌는지 확인해보자.
바꾼 쪽이 마음에 안 들면 돌아와도 된다. 배운 걸 반드시 집어넣어야 공부한 보람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번 곡에는 원래 진행이 더 잘 맞는다는 판단도 남는다.
나는 이론 덕분에 음악을 만드는 일이 편해졌다. 그래서 배우길 권한다. 그리고 배운 뒤에는 노래를 들어보길 권한다. 코드 이름을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전하고 싶은 느낌이 들리는지 말이다.
오늘 배운 것 하나를 짧은 음악에 써보자. 그 정도면 다음 공부를 시작할 이유도 조금 더 분명해질 거다.
음악 컨설팅·상담: https://jaypd.kr/
김승재_꼰대레코드 유튜브: https://www.youtube.com/@GGondae_therec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