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소리는 좋은데, 왜 내 곡에서는 따로 놀까
킥도 마음에 들고, 스네어도 마음에 든다. 하이햇도 꽤 괜찮은 걸 골랐다. 그런데 같이 틀면 이상하게 한 곡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때 컴프레서를 뭘 걸어야 하냐고 묻기 쉽다. 나는 그전에 소스부터 다시 들어보자고 하고 싶다. 각자 좋은 소리라고 해서 서로 잘 어울리는 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소리만 모았는데 어색한 이유
믹스 일을 하다 보면, 소스 하나씩은 괜찮은데 조합이 어색한 경우가 있다. 킥은 낡고 거친 질감인데 스네어는 유난히 깨끗하고 선명하다. 하이햇까지 전혀 다른 인상을 주면, 각각을 고를 때는 좋았어도 한데 모았을 때 방향이 흐려진다.
이때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소리들의 색채다. 각 소리가 얼마나 멋있는지보다, 한 곡 안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스네어 소리 좋다”에서 한 번만 더 가보자. “이 킥 옆에 놓았을 때도 좋은가?”라는 질문이다.
플러그인을 걸기 전에 할 일이 있다
나는 소스의 색을 맞추는 작업을 ‘사고수습’이라고 부르곤 한다. 곡이 향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을 먼저 정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르는 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걸 전부 믹스로 해결하려고 하면 일이 커진다. 스네어 하나를 곡에 맞추려고 계속 만지고 있다면, 잠깐 다른 스네어로 바꿔 들어볼 수도 있다. 원래 소스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샘플은 이미 누군가의 가공을 거친 소리일 수 있다. 그 상태로 곡에 잘 맞는데도 EQ와 컴프레서를 순서대로 더 거는 게 꼭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손대야 하는 이유가 들리는지부터 확인한다. 너무 튀는 부분이 있는가. 다른 악기를 방해하는가. 원하는 질감과 다른가. 그런 이유가 있어야 무엇을 바꿀지도 정할 수 있다.
플러그인 목록을 채우는 것보다, 고른 소리가 가진 장점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드럼은 무엇을 중심으로 들을지도 정해야 한다
직접 녹음한 드럼을 다룰 때도 비슷하다. 나는 킥, 스네어, 오버헤드를 함께 켜놓고 먼저 밸런스를 잡는다. 오버헤드는 드럼 위쪽에서 전체 소리를 담는 마이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드럼 전체가 함께 울리는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오버헤드를 중심으로 듣고 킥과 스네어를 보탠다. 반대로 킥과 스네어의 박자가 앞에서 또렷하게 이끌었으면 한다면, 그 둘을 중심에 놓고 오버헤드의 양을 맞춘다.
어느 장르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표는 아니다. 같은 드럼 녹음이어도 내가 곡에서 듣고 싶은 모습에 따라 시작점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소리의 중심이 정해지지 않은 채 모든 트랙을 크게 만들면, 정작 무엇을 들려주려는지 모호해질 수 있다. 나는 세부적인 톤을 만지기 전에 이 관계부터 확인하는 편이다.
제일 중요한 건 소리의 색채를 맞추는 것이다
나는 소리의 색채를 크게 하이파이, 로우파이, 기계, 리얼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섞어서 구분한다. 하이파이와 로우파이로 질감의 방향을 생각하고, 기계와 리얼로 소리가 주는 인상을 생각하는 식이다.
이렇게 조합하면 하이파이한 리얼 사운드, 로우파이한 리얼 사운드, 하이파이한 기계 사운드, 로우파이한 기계 사운드로 나눠볼 수 있다. 모든 음악에 적용되는 공식이라기보다는, 내가 소스를 고르고 믹스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하이파이한 리얼 드럼 킥을 골랐다면, 스네어와 하이햇도 하이파이한 리얼 드럼 소스에서 고르는 것이다. 같은 방향의 색채를 가진 소리들을 모아 하나의 드럼처럼 들리게 만드는 거다.
반대로 로우파이한 기계 사운드를 원한다면 킥만 그렇게 고를 게 아니라, 스네어와 하이햇까지 그 색채 안에서 찾아본다. 킥은 거칠고 낡은 기계 소리인데 스네어만 유난히 깨끗한 리얼 드럼이면, 각각은 좋아도 함께 들었을 때 따로 놀 수 있다.
내가 말하는 색채를 맞춘다는 건 모든 악기를 똑같은 소리로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킥은 킥의 역할을 하고, 스네어와 하이햇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한 곡 안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자는 얘기다.
그래서 소스를 고를 때는 “이 소리가 좋은가?”와 함께 “내가 정한 색채에 맞는가?”를 물어보자. 이게 정리되면 믹스에서 억지로 수습해야 하는 일도 줄어든다.
내가 다음에 사고 싶은 헤드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헤드폰은 베이어다이나믹 T1이다. A1 헤드폰 앰프와 함께 쓰는 조합이 특히 좋다. 내 취향으로는 5천만 원짜리 ATC 스피커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어떤 환경에서나 스피커를 대체한다거나 객관적으로 더 낫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가 그만큼 좋아하는 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조합이 내 다음 구매 목록에 있다.
소리의 색채를 구분하는 연습을 위해 꼭 같은 장비를 살 필요는 없다. 우선 자신이 익숙한 장비로 킥, 스네어, 하이햇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지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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